正言吳䎘曰: “人主學問高明, 則宮掖肅淸, 女謁自絶。 頻數開筵, 咨訪不怠, 則弊政自祛矣。”
정언 오숙이 아뢰기를, “임금의 학문이 고명하면 궁중이 깨끗해지고 여알(女謁, 궁중의 치맛바람)도 자연 근절됩니다. 자주 경연을 열어 자문하기를 게을리 아니하면 폐정은 자연 제거될 것입니다.” 하고,元翼曰: “宣祖大王臨御之初, 樂聞陳戒之言, 故人爭進言。 今此朝臣, 雖非盡善之人, 其所言, 皆陳善之意也。”
원익은 아뢰기를, “선조 대왕께서 즉위하신 처음에, 진계하는 말을 즐겨 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투어 진언하였습니다. 지금의 조신들이 모두 착한 사람은 아니나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가 선을 개진하는 의도입니다.” 하니,上不答。
상이 답하지 않았다.持平趙廷虎曰: “人君容受直言, 實是美事, 而殿下臨筵, 罕爲酬酢。 至於大臣之言, 亦無優容之意, 勵政之初, 尙且如此, 末流甚可憂也。”
지평 조정호(趙廷虎)가 아뢰기를, “임금이 직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실로 아름다운 일인데, 전하께서 경연에 임하여 문답이 적으신가 하면, 대신의 말까지도 너그럽게 받아 들이는 의도가 없으십니다. 정치 쇄신의 초기에도 오히려 이와 같으니 훗날의 일이 몹시 염려됩니다.” 하니,上曰: “予豈有厭聞之意乎?”
상이 이르기를, “내 어찌 듣기 싫어하는 마음이 있겠는가.” 하였다.元翼曰: “卽祚之初, 若有宮禁溷濁之事, 則不可說也。 此弊所當痛絶之也。”
원익이 아뢰기를, “즉위하신 처음에 궁중에 혼탁한 일이 있다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이런 폐단은 통렬히 끊어야 합니다.” 하니,上曰: “宮禁溷濁之說, 指何事也? 明言之可矣。”
상이 이르기를, “궁중이 혼탁하다는 말은 무슨 일을 지적함인가? 분명히 꼬집어 말하라.” 하였다.元翼曰: “頃見臺諫所啓, 則有私持、私獻入闕門等事。 此實廢朝時謬習, 豈不有駭於瞻聽乎?”
원익이 아뢰기를, “앞서 대간이 아뢴 것을 보니, 사헌(私獻, 뇌물)을 가지고 궐문으로 들어갔다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다. 이는 실로 폐조(광해군) 때의 그릇된 습관입니다. 이 어찌 보고 듣기에 놀랄 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니,上曰: “予亦聞而驚駭。 此後豈復有如許事乎!”
상이 이르기를, “나 역시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이 뒤로 어찌 또 다시 그런 일이 있겠는가.” 하였다.元翼曰: “聖敎至此, 甚幸。 人君有過卽改, 則如日月之更, 益有光輝, 人皆仰之。”
원익이 아뢰기를, “성상의 하교가 이와 같으시니 매우 다행입니다. 임금이 허물이 있어 그것을 즉시 고칠 경우, 마치 해와 달이 일식·월식이 끝나 원상 회복이 되어 광채가 있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는 것과 같습니다.”-- 인조 1권, 1년(1623 계해 / 명 천계(天啓) 3년) 3월 26일(병진) 1번째기사 中
반정을 일으킨 후 불과 1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왕과 신하들이 모여서 경연, 즉 세미나를 했단다. 그리고 왕이 신하의 불편한 직언에 대해 일부러 반응하지 않자 그 자리에 배석한 사관(史官)은 "왕이 답하지 않았다"고 적어버린다. 이것이 이른바 조선의 힘인가... 비트포겔은 동양의 전제왕권 운운하기 전에 조선왕조실록을 보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