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총력전'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은 최대한의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켜,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도와 형태는 다르지만, 각 참전국들은 전쟁의 수행을 위해 전시 집산 체제를 운영했고, 이것은 사회의 여러 분야에 대한 국가 간섭의 급격한 증대를 가져왔다. 전후에 평시 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을 때에도 이러한 경험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19세기적인 자유방임의 논리가 심각한 수정을 겪지 않을 수 없었고, 부르주아 유럽은 그 자체의 존립을 위해 내부적으로 재편성‧재조직되면서 재충전의 작업을 서둘러야만 했다. 동시에 이 전쟁을 고비로 유럽이 그동안 누려왔던 비유럽 지역에 대한 우위가 후퇴하기 시작했다. 서양 자본주의의 중심이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대서양 저편의 미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비유럽 지역의 식민지에서는 민족주의와 급진 이념이 결합하면서 유럽의 지배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
... 제1차 세계대전의 종식은 유럽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지만, 유럽 제국과 식민지간의 관계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 ... 지배-종속의 정치적 고리는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었다. 패전국 독일의 식민지는 승전국들, 특히 영국과 프랑스에게 거의 승계되었고, 이들 제국들은 식민 지배의 고삐를 포기할 의도를 보이지 않았다. ...
... 정치적 굴레가 사라진 후에도 자본주의 체제는 다국적기업과 같은 새로운 장치를 통해서 '국제적 분업'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옛 식민 지역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선진 자본주의 지역에 예속될 수밖에 없었고, ...
(서양사강의, pp.51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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