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백정(白丁)은, 천민이던 조선시대의 그것과 달리, 일반민의 주류를 형성하던 존재로서 일반 주‧부‧군‧현에 거주하면서 주로 농업생산에 종사하는 농민층이었다. 이들은 조세‧공부‧역역 등 일반적인 국역 의무를 졌고 국가에 대해 특정한 직역의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백정이라 불리었다. 한편 이들 백정과 달리 국가에 대해 특정한 직역을 부담하는 층을 백정과 구분하여 정호(丁戶)라 불렀다. ... 구분 기준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력, 즉 토지소유의 규모의 차이에 따라 구분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여기에 정호는 지배신분이고 백정은 피지배신분이라는 신분의 차이까지 고려하는 견해도 있다. 일정한 경제력을 갖춘 정호층은 국가가 차정한 특정한 직역을 부담하였지만, 그렇지 못한 백정층은 요역과 기타 부담 이외에 직역 부담은 지지 않았다. 이때 직역은 일반적으로 군인호‧향리호‧기인호(其人戶)‧역호(驛戶) 등이 부담하는 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 上, pp.2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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