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2일 금요일

정복왕조

정복왕조(Conquest Dynasties)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활동하던 독일 출신의 동양학자인 비트포겔(K. Wittfogel)이 사용함으로써 알려졌다. 그에 의하면 정복왕조란 중화제국 역사상 전형적인 중국왕조 외에, 이들과 항쟁하면서 때로 이들을 정복하고 지배한 요遼를 비롯해 금金, 원元, 청淸 등, 유목민족이 건립한 여러 왕조들을 가리킨다.

그는 남북조시기에 중국 내지로 이주해서 중국의 일부를 점령해 지배했던 북위 등을 침투왕조(Infiltration Dynasties) 혹은 잠입왕조라고 하여 정복왕조와 구분했다. 침투왕조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화북지역으로 내려와 거주하다가 반평화적인 방법으로 국가를 건립하고, 이후 수 세대가 지나면서 국가가 멸망하자 중국의 문화에 흡수‧동화되어 버린 것과는 달리, 정복왕조는 장성 이북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해 중국을 일시적으로 정복했다.

따라서 10세기 이후에 등장하는 정복왕조는 중국의 농경문화에 대항하는 유목민족으로서의 강렬한 문화적 자의식과 서방의 영향을 받은 독자적인 고도의 유목도성문화를 기반으로 해, 중국인과 중국의 문화에 대한 정복자로서의 의식이 강했다. 따라서 이들 정복왕조에서는 한민족 혹은 한문화에 동화되지 않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시행함으로써, 당연 통치구조에서도 이중성 혹은 이원성의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한국인을 위한 중국사,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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