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7일 일요일

양천제와 반상제

양천제는 조선 초기 국역체계의 운영을 목적으로 기능했던 일종의 '국가적 신분규범'이었다. 양천제 자체에는 어떤 계층에 대하여 특권을 부여하거나, 그들의 지위를 확인해 주는 어떠한 법적 규정이 없었다. 국가는 국역 부담 유무를 기준으로 모든 계층을 파악했을 뿐이며, 국역체졔의 운영이라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양천제의 기능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반상제는 사족층이 성장하고 그들의 주도하는 사회구조가 확립되었을 때 모습을 드러낸 '사회적 신분규범'이었다. 따라서 반상제의 성립 과정에서 국가가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의지도, 그리고 사문화한 이전의 법률 규정들을 폐지할 의지도 없었다. ...... 따라서 '체형과 군역 면제권', '문무반 관직 독점권'과 같은 양반층의 여러 특권은 양반층과 비양반층(상민층)을 분리하는 사회관습적 계선으로만 존재했다. 공상층(工商層)은 과거 응시가 불허되거나, 양반층은 공상(工商)의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양천제 아래의 여러 규정도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았다.

-- 김성우, 아래의 책, p.4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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