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9일 화요일

다문화주의의 문제점

서유럽을 축으로 한 세계 역사의 수렴적 발전 또는 통일성(unity)에 대한 대안은 다문화주의로 대변된다. ...... 이러한 다원주의적 관점에서는 문명의 개념을 국가-민족이 아닌 지역적 문화 단위로 정하고, 관점의 공평함과 균형을 추구한다. ......

그러나 '문화의 다양성' 담론은 저항의 언어로 유용해 보이지만, '문화의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경계'를 만들어내는 또 다른 패권주의적 정치성을 띠고 있다. 원래 '동양' 또는 '동아시아'의 동질성은 서구인들이 만든 허구인데, 이제 동양인들 스스로가 우월함으로 장식된 신비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합일, 상생의 힘으로서의 상극, 유기체적 우주관 등이 이 담론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하나'의 '유럽'이 존재한 적이 없는 것처럼 단일한 '동양'은 존재하지 않는다. ...... '동양' 또는 '동아시아'라는 개념은 '유럽'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지리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며, 서구의 대안이 아니라 그 아류로 등장한 것이다.

(역사교육과 역사인식, pp.43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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